無 /
        한들 가든


        세차게 부는 바람은
       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흔들어 놓고
        시들해진 틈을 타서 산으로 향하는 게
        빛 보다 빠르다,

        거침없이 숲을 훝터 비집고 빠져나와
        바위에 부딪혀 제 몸을 산산조각 낸다,

        마구 휘돌아 부서지는 바람은
        다시 몰려서 들판을 지나고

        강바람 우군과 짝짓기하여
        더욱 거센 힘으로 신작로를 가로질러
        도심빌딩 유리창을 마구 할퀴었다.

        바람은 세월 소리를 듣고
        미친 듯 질주할 뿐 고층 아파트나
        언덕배기 초가삼간인들
        타협이란 말은 전혀 소용없고
        용서는 모기장에서 건져 올린 물 같다,

        막바지에 다다라
        양지바른 토담 모퉁이에 털썩 주저앉아
        따스한 햇볕에 눈을 감는다,

        너무 많이 달려온 탓도 있지만
        육신을 투과하고 영혼을 훔쳐먹은 채

        흘러가버린 과거 경험을 쉬이 삭힐 수 없어
        가쁜 숨을 몰아쉬며
        사라진 흔적을 희미하게 기억하여도
        남은 것은 먼지 하나 없다.







by 한들 가든 | 2009/03/07 14:13 | 詩와 수필 | 트랙백 | 덧글(0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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